‘수해 원인’ 합천 고속국도 14호선 공사, 알고보니 상습 사고구역?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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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7공구, 2년 연속 물난리
8공구 토사·5공구 인명피해도
재발방지·관리대책 필요성도

함양~울산 고속국도 14호선 7공구 현장. 설치한 가도가 물의 흐름을 막으며 수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현우 기자 함양~울산 고속국도 14호선 7공구 현장. 설치한 가도가 물의 흐름을 막으며 수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합천군 대양면 수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근 고속국도 공사현장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해당 공사현장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해당 공구 뿐만 아니라 인근 공구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지역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말도 나온다.

13일 합천군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는 함양~울산 고속국도 14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합천을 관통하는 공사 구간은 4공구부터 9공구까지로 총 길이는 28.7km에 달한다. 시행사는 한국도로공사며, 시공사는 각각 4공구 한화건설, 5공구 계룡건설, 6공구 한화건설, 7공구 두산중공업, 8공구 경남기업, 9공구 태영건설이 맡았다.

이번에 대양면 수해 원인을 제공한 공사현장은 7공구다. 지난 5일 오후 11시 40분께 대양면 양산마을이 물에 잠겨 주택 29동과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수십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공사현장에 설치한 가도가 물의 흐름을 막은 탓인데, 특히 2년 전 당초 설계된 도면과 다른 형태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수해로 인한 농경지 침수 현장. 지난해 5월에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김현우 기자 수해로 인한 농경지 침수 현장. 지난해 5월에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김현우 기자

여기에 7공구는 1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5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149.5mm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 2.2ha를 침수시켰다.

7공구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17일 8공구 현장에서는 성토된 토사 약 1700t이 밀려 내려와 인근 주택 1채와 창고 3채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피해 건물엔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 이후 인근 주민 3가구 4명은 2차 사고를 대비해 주변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생활했다.

5공구에서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7일 신호수로 일하던 미얀마 국적 외국인 노동자 피예이 타엔 씨가 공사장 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주민은 “모든 공사현장의 시공사가 다르긴 하지만 1년 동안 4차례나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안전불감증이 있는 것 같다.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국도 14호선은 함양군 지곡면을 기점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청량면 144.6km를 동서로 잇는 고속도로다. 밀양~울산 구간은 2020년 12월에 개통했으며 밀양~창녕 구간은 2024년 12월, 함양-창녕 구간은 2026년 완공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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