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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고개 숙였으나 국민 기대 못 미친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민감한 문제를 포함한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에 열려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 “부족했다”는 표현으로 몸을 한껏 낮췄다. 또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KBS 대담에서 국민을 실망시킨 “아쉽다”는 답변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여겨진다. 어떤 정치인과도 선을 긋지 않고 만나고 협치하겠다고 밝힌 점도 의미가 있다.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진솔한 회견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진심으로 반성·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없었다”라고 혹평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사건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정치 공세”라면서 반대 및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라면서 특검 강행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을 들은 점은 긍정적이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에 이어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부총리 산하로 신설하는 등 해법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1대 국회 회기 내에 산업은행 완전 이전 법 통과를 갈망하는 부산으로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각 지역의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춰서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 약속이 조속히 실행되기를 촉구한다.
대통령은 이날 ‘야당과 협치’ ‘국회 협조’를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2년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등 대통령의 약속 어느 것 하나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빈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절감했다. 협치를 위해서는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자세가 선결되어야 한다. ‘마이웨이’와 ‘불통’으로 일관해 야당과 협조에 실패한다면, 식물정부로 전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민생을 위해 애쓰는 대통령, 국민의 질문을 경청하는 대통령, 야당과 협치해 약속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을 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향후 3년간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 국민 소통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2024-05-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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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 도시균형발전 취지 잘 살려야
부산시가 50년 넘게 유지되던 원도심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부산 동·중·서구에 걸친 망양로 산복도로 주변은 해안조망과 도시미관 보호를 목적으로 1972년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됐다.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는 물론 주택 노후화와 빈집 증가를 비롯해 인구 소멸까지 부추긴다면서 제한을 풀어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으나 부산시는 난개발 우려를 들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한데, 북항재개발 및 저지대 상업지구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고도제한의 근거였던 바다 조망권 논리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기초지자체 용역 결과 등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부산시가 장기 도시계획 규제의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부산시는 완화를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고도지구 지정의 당초 목적이 훼손됐는지 여부를 따지고 해안조망과 도시경관 변화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제한 규제로 망양로 아래쪽 건축물 최고 높이는 망양로 노면 이하로 제한됐는데, 실제 타당한 제한인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별적으로 고도지구 존치·완화·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고도제한 완화 검토 대상 지역은 동구 범천로에서 서구 서대신 교차로에 이르는 망양로 구간을 비롯해 부산진성, 수영사적공원, 충렬사 등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 주변 23곳이다. 부산시는 오는 7월 재정비된 도시관리계획을 열람공고할 계획이다.
이번 부산시의 장기 도시계획 재검토는 도심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시의성과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부산 중·동·서구를 잇는 산복도로는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부산의 신산스러운 현대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는 곳이다. 하나, 오랜 규제 탓에 정주 환경이 열악해지고 젊은 세대가 떠나는 곳이 되다 보니 슬럼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쇠락하고 있다. 이번 고도제한 완화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취지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 과제는 정주 환경을 정비하고 나아가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간직한 관광자원으로서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민관이 힘을 합치면 된다.
문제는 규제가 풀리면서 난개발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 수익이 판치는 복마전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고급 주택 단지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업시설만 잔뜩 들어서면 오히려 정주 환경이 나빠질 수도 있다. 북항재개발로 일부 조망권이 사라졌지만 전체가 그렇지 않은 만큼 고도제한 규제가 풀리는 과정과 방식은 합리적이며 세밀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풀면서 동시에 도시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이번 도시관리계획 정비의 핵심이라는 점,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4-05-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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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교육감 2심도 당선무효형, 교육혁명은 지속돼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부산고법은 8일 열린 하 교육감에 대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하 교육감은 직위를 잃는다. 법원은 하 교육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부산 교육을 총괄 지휘하는 하 교육감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부산 교육계로서는 2007년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현직 교육감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당선 무효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 교육감은 부산교육감 선거를 1년여 앞둔 2021년 6월께 선거 유사 기관인 포럼 ‘교육의 힘’을 만들어 대규모 SNS 활동 등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선거공보 등에 졸업 당시 고교명과 대학명이 아닌 현재 학교명을 기재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2022년 말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하 교육감이 만든 포럼 ‘교육의 힘’이 선거 유사 기관이 아니며 포럼 활동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최종심인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1, 2심 판결만으로도 하 교육감의 교육 정책 추진력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 교육감은 지난해 아침 체인지에 이어 올해 부산형 늘봄학교를 비롯해 독서 체인지 등 여러 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산발 교육혁명’을 표명했다. 올해 1학기부터 부산형 늘봄학교를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으로 304개 초등학교에 전면 실시해 성공적인 운영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학부모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교육부까지 나서서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늘봄학교 운영 계획을 벤치마킹해 전국으로 확산하려고 할 정도였다. 더욱이 자율형 공립고 유치, 특성화고 확대 등도 지역 학생들의 학력 강화와 다양성 존중이라는 면에서 좋은 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부산발 교육혁명은 학부모나 교육계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하 교육감의 1, 2심 당선무효형 선고로 인한 파장이다. 지금 교육계는 교권 회복 문제, 교육격차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하 교육감이 그동안 추진해 온 부산형 늘봄 체제 구축과 초중고 학력 강화, 지역 대학과의 협력 체제 조성 등 부산발 교육혁명이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교육청의 정책 추진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혼란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오롯이 그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 상고심이 신속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대법원은 하 교육감이 상고할 경우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기를 촉구한다. 하 교육감의 거취와 무관하게 부산발 교육혁명은 계속돼야 한다.
2024-05-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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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리 1호기 해체 시작… 세계 원전해체산업 선도하자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제염(除染)이 지난 7일 시작됐다. 제염은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원전 해체를 위한 필수 과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로써 고리 1호기에 대한 해체 작업은 사실상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제염에는 국내 기술과 장비가 온전히 사용된다. 이는 범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해체 작업이 우리 힘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 고도화를 통해 향후 세계 원전해체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정부는 꽤 오래전부터 원전해체산업을 키우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추진 동력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2019년 4월 ‘원전해체산업 육성 전략’이 확정·발표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원전해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해체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원전해체연구소(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도 설립하기로 했다. 종합적인 금융 지원책과 함께 해체 현장에서 일할 인력 1300여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략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늦어도 2022년 이전에 최소한 국내 원전해체 시장 정도는 형성될 것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기대 섞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원전해체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설립부터 지지부진했다. 해당 연구원은 당초 2021년까지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사업의 예타 탈락 등 우여곡절 끝에 2022년 10월에야 겨우 착공에 들어갔다. 준공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이러는 사이 겨우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려던 원전해체 기술력을 비롯해 전문인력 양성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점, 원전 해체의 필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도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원전해체산업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자체 시장 규모가 국내에서만 10조~20조 원, 세계로 따지면 5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원전해체산업은 자체 시장을 넘어 기계·화학·금속 등 다른 산업과도 밀접히 연결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놓쳐서는 결코 안 되는 미래 성장동력인 셈이다. 다행히 원전 해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다소 늦은 출발이라도 따라 잡거나 추월할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고리 1호기 해체의 신호탄이 쏘아진 만큼 이를 발판으로 세계의 원전해체산업을 선도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2024-05-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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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정수석실 부활, 대통령 국정기조 변화 계기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현 정부 출범 때 없앴던 민정수석실을 새로 설치하기로 하고 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브리핑룸에서 이를 직접 밝히며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민정수석실의 복원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고 또 공약으로도 제시했던 민정수석실 폐지를 취임 2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그동안 계속된 국정 불통 지적과 여당의 4·10 총선 참패로 급변한 정치 지형에 따른 대응책이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지난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그 필요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윤 대통령의 민정수석실 복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논란과 의대 증원 관련 기자회견 등 정국의 주요 변곡점마다 민심을 청취하는 대통령실의 기능이 부실했다는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예정된 기자회견 등 소통 행보를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복원한 민정수석실이 이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과거 행적을 반추해 보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여러 의구심 또한 결코 일리가 없지는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구심은 권력기관 통제와 공무원 사정 강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이의 부작용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정수석실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의 실세 부서로 군림했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복원을 민심 정취 기능 강화라고 말해도 국민의 뇌리엔 여전히 권력기관과 공무원의 사정 통제가 본연의 임무로 각인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민심 정취 기능을 보강하려면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의 역할 확대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또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민심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일이라 법률가라야만 한다는 대통령의 설명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민정수석실 복원에 관한 여러 지적과 비판은 그만큼 새 부서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방증으로 윤 대통령은 이해해야 한다. 사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수렴해 정책화한다면 그동안 대통령실의 불통 이미지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또 하나의 악수로 기록될 것이다. 어쨌든 일단 복원이 결정된 이상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실의 철저한 내부통제 아래 민심 청취라는 핵심 목적에만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괜한 의심을 피할 수 있다. 이 길만이 안팎의 우려를 불식하고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의지를 국민에게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2024-05-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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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양재난 컨트롤타워 해수부' 법제화, 만시지탄이다
해양수산부의 해양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이 법률 규정을 통해 명문화됐다. 재난관리 주관기관이 해수부로 일원화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친 것이다. 그동안 해양재난을 총괄 관리하는 조직이 해양수산부인지 해양경찰청인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현장은 혼선을 빚고 신속한 대응도 차질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법제화를 통해 해수부는 재난관리 주관기관, 해경은 긴급구조 기관의 역할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세월호 참사 10년 만에 이뤄진 것인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는 해양 재난관리 체계를 확실하게 구축해 더 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재난관리 주관기관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신속히 설치·운영하는 기관을 가리킨다. 현행법은 해양사고 유형에 따라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다르게 규정한다. 여객선·화물선·어선 등의 선박 사고는 해수부가, 유선·도선 등의 수난 사고는 해경이 수행하도록 돼 있다.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 해수부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으로서 사고를 종합적으로 점검·수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사고 유형과 관계없이 해양재난에 대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해경은 긴급구조 활동을 전담하는데, 역할의 명시에 따라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컨트롤타워의 판단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재난관리에서는 관련 기관의 협조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해양사고 앞에서 정부와 해경·군·소방당국·항만공사·환경공단·해양구조협회 등 민관을 막론하고 너와 내가 따로일 수 없다. 이번에 해양사고 관련 기관들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함께 마련된 것은 다행스럽다. 해경이 원활한 수색과 구조를 위해 해상사고 통계 정보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렇고, 해양사고 발생 시 소방본부의 119항공대 출동구역 밖 출동 조건이 법률로 명문화된 점도 개선된 사항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세월호 참사 때 우리는 재난 대응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무고한 생명을 잃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했다. 그토록 큰 아픔을 겪은 뒤에도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는 사실에 또다시 절망했다. 재난이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지휘 체계의 대응 부실이 여전히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해양재난의 경우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관련 기관들의 상호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해양 재난관리 관련 법제화를 계기로 그동안 쏟아졌던 지적과 우려들을 불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난에 대한 공공의 역할과 책임이 한층 무거워진 지금,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출발점으로 삼자는 의미다.
2024-05-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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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해명 필요한 '채 상병 사망·김 여사 명품백' 의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취임 2주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 대통령은 기자들과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질 계획이다. 공개된 자리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는 것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불통의 벽을 스스로 쌓았다. 언론을 거부하는 것은 민심에 귀를 닫겠다는 것이니 국민이 이를 어찌 생각했겠나. 그 결과가 총선 참패와 지지율 추락이다. 이번 회견의 핵심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황 인식과 해결책을 보여야 한다. 남은 임기 3년의 성패는 이날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지 여부에 달렸다.
회견에서 최대 쟁점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의혹 특검법과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일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그간 입장을 감안할 때 대통령은 법리상 문제점을 들어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는 또 대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이태원특별법 합의로 협치 복원의 가능성을 보인 것도 잠시 다시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극한 충돌이 반복되는 것이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큰 상황이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관련돼 있다. 무조건 거부가 능사가 아니다. 문제가 있는 특검법 조항을 조정해서라도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추진을 벼르는 야당은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지만, 수사가 시작된 이상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우선 사과해야 한다. 이어 철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해야 하고, 미진하다면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영부인을 전담할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등의 사후 대책도 필요하다. 하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야당은 특검법을 만지작거린다. 윤 대통령은 가족 문제로 불거지는 정치적 리스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지 국민에 소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 대통령실로 가면서 강조한 게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하지만 그간 대통령의 언행은 불통 그 자체였다. 이번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은 기자들의 비판적 질문을 경청하고, 진솔한 자세로 해명과 해법을 내놔야 된다. 만약 여전히 대통령의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세간의 혹평을 받는다면 남은 임기 3년은 암울하다. 국정 동력이 상실되면 나라꼴이 어찌되겠는가. 대통령만 불행해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자세를 버리고 소통하면서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이번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모습이다.
2024-05-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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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CC 부산 연고 프로팀 27년 만의 우승이 주는 의미
프로농구 부산 KCC가 부산 연고 프로팀으로는 무려 27년 만에 시민들에게 리그 우승의 기쁨을 안겼다. KCC는 5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 원정 경기에서 홈팀 수원 kt를 88-70으로 대파하며 4승 1패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프로 스포츠팀이 4개나 있는 부산이지만 부산 연고팀의 우승은 1997년 축구팀인 부산 대우로열즈 이후 처음이다. 시민들은 “부산팀의 21세기 첫 프로리그 챔프”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연고팀들이 줄곧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생각하면 부산 KCC의 우승에 대한 시민들의 감격스러운 반응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시민들은 연고팀인 부산 KCC의 우승 사실 자체만으로도 즐겁지만 우승에 이르는 다이내믹한 과정에서 더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KCC는 애초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규 시즌에선 5위에 그쳤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6강전에선 4위 서울 SK, 4강전에선 1위 원주 DB 그리고 챔프전에선 3위 수원 kt를 연파했다. 정규 시즌 5위 팀이 우승하기는 우리나라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KCC가 그 표본을 보였다. 이는 부산시민의 기질과도 통한다. 시민들이 구름 관중과 열렬한 성원으로 보답한 건 바로 이심전심일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연고를 옮긴 부산에서 단숨에 우승함으로써 KCC는 성적과 시민 성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때는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겹쳤는데도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였다. 자타 공인의 ‘야구도시 부산’이라지만 앞으로 ‘농구도시 부산’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KCC가 보여 준 셈이다. 다른 종목 프로팀들은 여기에 담긴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알다시피 축구의 부산 아이파크는 2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고 야구의 롯데 자이언츠는 32년째 우승은커녕 줄곧 하위권에 머물러 시민들의 타박을 받은 지 오래다. KCC 우승을 보고도 무덤덤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KCC의 이번 우승은 시민들에게 연고 프로팀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그리고 잘 보여줬다. 시민들에게 생활 속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주는 일이 그것이다. 꼭 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활력과 감동을 주면 된다. 27년 만의 연고팀 우승이 반가운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부산은 2030엑스포 유치 실패와 침체한 지역경제, 지지부진한 지역 현안 등으로 도시의 활력이 매우 저하돼 있다. 물가고까지 겹치면서 도대체 기쁜 일이 없다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줄을 잇는다. KCC의 우승은 이처럼 답답한 지역사회 분위기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줬다. 이것이 지역사회에 대한 연고팀의 순기능이다.
2024-05-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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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정쟁에 막힌 부산 현안, 시·상의 함께 뚫어내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부산의 시급한 현안들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남겨 둔 상황에서 채상병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대치 국면을 이어 가면서 부산 현안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부산 현안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시와 상의는 지난 3일 부산상의에서 정책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결의했다. 부산의 주요 현안들이 정쟁으로 꽉 막힌 상황을 시와 상의가 힘을 합해 뚫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어서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시와 상의의 공동선언문은 △산업구조 전환 및 고도화 등 산업혁신 기반 조성 △물류거점 가덕신공항 착공·북항 재개발·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등 핵심 인프라 조기 구축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동 대응 △교육·생활·관광·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화 기반 구축 등이 골자다. 부산이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할 주요 현안을 압축한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대기업 본사 부산 유치 등 구체적 전략에 대한 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분출되기도 했다. 부산 현안에 대한 신속한 해결 없이는 쇠락하고 있는 지역 경제의 추락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요구들이다.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후 정부와 시는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특별법 제정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 기반부터 조성돼야 하는데 특별법 국회 통과부터 막혔다. 산은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입법화가 지연됐다. 결국 21대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으로 더 쏠린 부산의 정치 지형을 감안하면 22대 국회에서도 지역 현안 처리가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와 상의의 공동선언을 계기로 지역 현안에 대한 세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지난 총선에서도 확인됐듯이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는 여야 지역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 정치권 차원에서 부산 현안들을 외면할 수 없도록 명분을 갖고 몰아붙여야 하는 일이다. 구체적 대안과 전략을 갖고 밀어붙이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아직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에 실질적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부적 노력도 더 필요해 보인다. 특별법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와 상의의 공동선언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통한 결실로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2024-05-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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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문화진흥협회 출범… 부산 젊은 층에 희망 주기를
언론·교육·금융·경제 분야 등을 아울러 부산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청년문화진흥협회가 3일 출범했다. 청년들의 권익을 증진하고 문화에 대한 향유권을 신장시킴으로써 부산의 청년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 출범 취지다. 부산이 출생률 급감과 초고령화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고, 그래서 부산의 미래가 젊은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협회 출범에는 청년들을 부산에 머물게 하고 몰려들게 하려면 일자리나 주거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화 환경의 개선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뒷받침돼 있다.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힘 모아 청년문화 진흥에 뜻을 같이한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부산의 모든 현안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청년’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부산이 활력 넘친 도시로서의 옛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인재-취업-정주라는 시스템이 구조적인 선순환을 이룰 때라야 부산은 청년이 정착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재삼재사 거론할 여지가 없는 얘기다. 하지만 물질적 조건도 중요하겠으나 이와 함께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정신문화적 영역이다.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만끽할 문화적 토대가 함께 만들어진다면 청년 유입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협회의 문화지원 사업은 문화 복지, 네트워킹 활성화, 문화 육성, 문화행사 개최 지원으로 나뉜다. 문화복지 사업으로 청년 티켓 나눔 및 문화 소외청년 초청사업이 있고, 네트워킹 활성화 사업은 올해 하반기께 청년 공감토론회 ‘타운홀미팅’을 예정하고 있다. 문화육성 사업에서는 부산을 방문한 청년들에게 호텔이나 관광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청년문화 포럼도 개최한다. 문화행사 개최지원 사업은 페스티벌 유치·개최를 지원하는데, 오는 7월 ‘2024 부산스텝업댄스 페스티벌’에 눈길이 쏠린다. 다양한 사업들이 운영될 예정지만 중요한 것은 청년들을 유인할 질적인 내용일 것이다.
청년문화진흥협회의 존재 이유는 부산을 청년이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기초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젊은 층이 유입되고 머무는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각계각층이 힘을 모은 만큼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취업 프로그램과 일자리 박람회 행사까지 기획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무엇보다 부산 청년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참신한 콘텐츠 제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그래서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번 협회 출범을 통해 부산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행복해지는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
2024-05-06 [05:10]